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을 ‘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’라 말합니다. 그러나 요한이 말한 그 ‘소리’는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. 예수님이라는 ‘말씀’을 담을 그릇을 의미합니다.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어떠한 위치이고 하느님께 어떤 소명을 받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. 사실 요한은 모든 유대인들의 존경과 관심을 한꺼번에 받는 그 당시의 소위 슈퍼스타였고 모든 사람이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생각하였지만 그는 겸손하게 “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는 사람(마태 3:11)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.
어찌 보면 세례자 요한의 그 소리는 말씀이신 그리스도가 온다고 준비하라는 경보로서의 소리일 것입니다. 우리는 집 현관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밖을 살펴봅니다. 잘 살펴보지 않으면 그 소리가 도둑을 알리는 경보음인지 반가운 손님의 소리인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. 이처럼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오지만 그 소리의 의미를 깨닫지 못해 그 소리의 내용인 말씀이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.
우리는 세례자 요한이 외치는 경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님을 받이 할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. 아씨시의 프란시스 성인은 평화를 구하는 기도에서 “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”라고 자신을 봉헌합니다. 이처럼 우리도 말씀을 담는 ‘소리’로,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의 역사하심을 이루는 ‘도구’로,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‘성전’으로 살아가고자 다짐하며 다가올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대림시기를 살아야 하겠습니다.
홍영선 베드로 신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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